2010년 06월 20일업계의 아이러니 - 어쩌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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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졸업논문 쓰기 싫어 인턴으로 들어왔다가 사장님께 멋지게 낚여서 굴러다닌지 1년이 지났습니다. 대충 일하면서 느낀 IT 업계의 아이러니를 정리해봅니다. - 근데 정리해놓고 보니 IT업계 한정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1. 정말 최악의 기획도, 최선의 결과물보다 그럴싸해보인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최선의 기획이란건 실제 결과물과 거의 동일한게 정상이지만요. 안좋은 기획일수록 뭔가 거창하고 거룩(!)한게 멋져보이더군요. 심지어 개발자들이 한번 슥 읽어보고 '이딴게 팔릴 리가 없잖아!!!'라고 외치며 한목소리로 반대했던 프로젝트조차도, 기본 모토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 모토에서 나온 기획이 시망이라 그렇지.
2. 뻘밭을 구르며 박박 긁어대서 어떻게든 만들어낸 최악의 결과물도, 마케팅 팀의 입에만 걸리면 외계인 고문해서 뽑아낸 미래의 신기술이 되어있다. - 속칭, 사기치지마 이 구라쟁이야!
그래서 이런 프리젠테이션에 기술 지원 어쩌구 하는 명목으로 따라갔다간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정신이 퇴갤하는 지경까지 이르기 십상입니다. 프리젠테이션을 듣다보면...
(아 슈바, 그거 아직 구현 못한 기능인데...)
(아 슈바, 그거 내 컴퓨터에선 잘 돌아가더만 다른데서는 안되네?)
(아 슈바, 그거 신기술이 아니라요, 여기저기서 코드 긁어다가 짬뽕해서 대충 만든 프로토타입인데..)
이런 영혼의 외침이 혀끝까지 올라와서 맴돌다 사라집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그 프리젠테이션이 당첨!되면 이제 그 과장과 구라를 실제로 만들기 위해 뺑이를 쳐야 합니다. 으흐흐(..)
3. 테스트할때는 어디서나 잘 돌아가던 비까번쩍하고 멋져보이던 기능은, 항상 시연할 때만 말썽을 일으킨다. 발표 10분전에 디버깅해서 땜빵했다고 안심한 기능 또한, 항상 시연할때 문제가 생긴다.
뭐 사과교도들의 신인 잡스 횽마저도 이런 사건을 접했으니 별로 할 말은 없지요. 분명 발표 전에 테스트 수백번에 리허설 수십번에선 말짱했을겁니다. 윈도우 98 발표할때 PnP 폼나게 소개 좀 해보려다 블루스크린에 KO당한 게이츠 횽은 이미 이 분야에선 전설이고(...)
4. 고객은, 졸라 설계도 열심히 하고 코딩도 빡세게 하고 테스트도 빵빵하게 돌려봐서 잘 돌아가는게 확인된 부분엔 관심이 없다. 시간에 쫓겨 얼기설기 만드는 바람에 실행 성공 확률이 반반인 부분에 더 관심을 보인다.
...이건 뭐 복불복도 아니고. 이런 상황이 3번 상황과 겹치면 대략 지옥의 헬이지요. 고객의 찌르기에 맞서 이런 저런 대응책을 머리 굴려 강구해놓은 곳은 '아 그건 그냥 대충 넘어가죠?' 하고 넘어간 후 맨 마지막 두어페이지에 분량 맞추기로 대충 넣은 부분에 미친듯한 태클이...
5. [아 진짜 이건 우리가 생각해도 굉장한 것 같아! 꼭 만들어야되!] 라고 기획해서 넣은건 그냥 개무시당하지만, [앆ㄲㄲㄲㄲ이거 진짜 넣을꺼냒ㄲㄲㄲㄲ] 이러면서 낄낄거리며 장난으로 넣은건 이상하게도 호평받는다.
이쯤 되면 대충 해탈의 경지. 전략이고 기획이고 시장 분석이고 필요 없어! 그냥 감으로 승부! 좋아서 만드는게 더 결과가 좋은거다! 라고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한두푼 걸린 일도 아닌 프로젝트를 그렇게 할 수도 없죠. 이건 대략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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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10/06/20 01:32 | 단상 | 트랙백 | 덧글(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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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모 군에게 보여주니...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라는 답변이.
무엇보다 태그에서 눈에서 뭔가 습기가;;;
그보다 고객이 원하는 걸 잘 파악하는 개발자가 진정한 실력자인 것이겠죠 [..]
잡스 횽님의 현실 왜곡장을 구사할 수만 있다면 닥치고 만들기만 해도 될텐데, 적어도 한국내엔 그런 사람이 없잖아요? 안될꺼에요 우린...
저도 저희회사 게임중에 이거 이제 포기하고 딴거 만들지? 하고싶은 작품도 있는데 꾸역 꾸역 오픈하고 시망(....)
차기작도 이야기 들어보면 아니 저건 꼭 들어가야되는데 싶었던 부분은 빼겠다고 공언(....)
기획팀 이었으면 사표쓰고 나왔을 정도임(....)
이도 저도 안되면 성공할 때까지 꾸역꾸역 만든다! 라는 답도 있는데, 이런건 진짜 4N 정도 아니면 못하는 짓이고...
몇가지가 머리에 언뜻 스쳐지나갑니다 ㅋㅋㅋㅋ